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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복지로 법률사각지대 무변촌에 '마을변호사'가 간다

협의회 0 2,615 2013.11.25 10:29
전국 314개 마을에서 변호사 505명이 활동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전북 지역에 사는 A씨는 20년 전 땅 주인의 허락을 받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을 옮겼다.

이후 계속해 성묘를 다니고 벌초도 하며 묘를 관리해오던 중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 최근 새로 바뀐 땅주인이 "묘를 다른 데로 옮기라"고 요구해온 것이다.

오랫동안 모신 선친의 묘를 함부로 옮길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A씨는 고심 끝에 얼마 전 생겼다는 '마을변호사'를 떠올리고 상담을 요청했다.

A씨는 뜻밖에 "20년 이상 묘를 관리해왔다면 민법상 '분묘기지권'이 성립될 수 있으므로 이장 요구에 반드시 응할 필요가 없다"는 답을 듣고 속이 후련해졌다.

타인의 토지에 있는 분묘라도 요건을 갖췄다면 관습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 땅주인과의 합의내용 등을 파악해 잘 대응하면 굳이 묘를 옮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법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무부가 도입한 마을변호사가 주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을변호사는 개업 변호사가 없는 읍·면·동의 '무변촌(無辯村)'마다 변호사 1명씩을 배정해 전화·인터넷·우편 등을 통해 법률 자문과 상담을 해주는 제도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5월 250개 마을에 415명으로 시작한 마을변호사는 현재 314개 마을 505명으로 확대됐다.

양동관 전 서울가정법원장(전남 보성), 김수학 전 대구고법원장(대구 달성),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경북 상주),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경북 영주) 등 법원·검찰 출신의 경륜 있는 변호사 58명이 마을변호사로 동참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마을변호사는 주민들과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상견례를 겸한 현장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 옹진군에서는 관내 도서지역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법률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지역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상담 사례 중에는 경남 지역에 사는 한 남성이 결혼주선업체를 통해 베트남에서 만난 현지 여성과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이 여성이 한국 불법체류 전력으로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혼인무효확인소송 또는 이혼소송 방법을 안내해준 경우도 있다.

전남에서는 한 마을총회 소집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공고가 제대로 안되는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자치회가 둘로 쪼개지자 마을변호사가 총회에 참석해 절차 진행을 도와줌으로써 분쟁을 풀어주기도 했다.

한 주민은 키우던 개가 이웃 개와 싸웠다가 상처를 입자 크게 상심해 있다가 마을변호사에 도움을 요청,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기도 했다.

마을변호사 제도로 도움을 받은 강화도의 주민 김병운씨는 "촌에서는 도시까지 변호사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마을변호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동네 사람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아직 마을변호사가 없는 지역에서 위촉 요청이 계속됨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제2차 마을변호사 신청을 받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법률분쟁 때문에 생업을 놓고 밤잠을 설치며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대한변호사협회, 안전행정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법률서비스가 전국 구석구석 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4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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