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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단절된 노후… ‘영구임대’ 남성 독거노인 36% '차라리 죽었으면'

협의회 0 2,735 2013.05.10 09:59
작성일자 2013-05-09

ㆍ첫 설문… 자살 위험 쉽게 노출

정모씨(75ㆍ서울 노원구)는 과거 식당ㆍ횟집ㆍ생맥줏집을 운영하며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부인의 외도로 별거를 하면서 3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자녀 2명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용불량자까지 됐지만 이제는 연락도 끊겼다. 그는 “세상이 나를 버렸다”며 3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정씨는 2011년 가을쯤 우연히 영구임대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노원구 자살예방팀이 접촉했을 때에도 정씨는 “외롭다”며 자살하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꺼냈다.

저소득 남성 독거노인이 자살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노원구는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성 독거노인 347명을 대상으로 자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개월간 차리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든지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라는 항목에 3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8일 밝혔다.


▲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경제적 궁핍에 질병 고통

자살 시도 경험자도 14%

이들은 ‘평생 동안 자살 시도 경험이 한 차례 이상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14.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영구임대주택 거주 남성 독거노인이라는 특정 대상으로 자살 문제를 설문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성 독거노인들은 일반 노인들보다 자살 위험이 훨씬 큰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65세 이상 노인 1만54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60세 이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11.2%였다. 또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 경우는 1.2%였다.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성 독거노인은 전국 평균치보다 3배나 많이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자살 경험자는 1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임대아파트 남성 독거노인이 자살에 쉽게 노출된 이유는 가족이나 친구ㆍ이웃과 떨어져 혼자 산다는 고독감과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노인성 질환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이해원 사회복지사는 “남성 독거노인분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데 한 달에 40여만원을 받아서 임대료ㆍ관리비로 15만~20만원을 내고 반찬을 사고 나면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한다”며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것도 서러운데 궁핍한 생활 때문에 스스로 친구 같은 주변관계까지 단절하면서 위축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생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14.7%의 자살 위험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비위험 집단보다 독거생활 기간이 더 길고 신체적 건강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자살위험군이 비위험군보다 식생활과 관련된 궁핍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성 독거노인의 경제, 육체ㆍ정신건강, 여가 등을 살펴보면 총제적인 위험집단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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