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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꼴 ‘나홀로 가구’

협의회 0 2,603 2013.05.10 09:59
작성일자 2013-05-09


고독사를표현한그림. (그림)


지난 1일 대구의 한 원룸건물에 유품정리업체 직원 4명이 방문했다. 얼마 전 이 집에서 돌연사한 김모씨(50)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16.5㎡(5평) 남짓한 방에서 줄곧 혼자 살아온 김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시달리다 숨을 거뒀다.




김씨의 방에 들어선 유품정리업체 직원은 분주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먼저 소독제와 소취제를 방에 뿌리고 유품을 정리했다. 이어 혈흔ㆍ분비물ㆍ악취 등에 노출된 폐기물을 골라내고 부피가 큰 가구는 조각을 내 분해했다. 이불과 옷가지는 포대자루에 쓸어 담았다. 장판과 벽지는 뜯어내 살균 처리했다. 마지막으로 공기정화제를 뿌렸다.




“냄새가 심한 걸 보니 숨진 지 며칠이 지나 발견된 것 같아요. 유족도 안 보이고, 외로운 사람이었나 보네요.”




정리가 끝난 후 유품정리업체 직원 정모씨는 씁쓸한 한마디를 남긴 후 자리를 떠났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도 늘어나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았지만, 망자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업체의 직원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예측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 비율은 2013년 25.3%에서 2035년엔 34.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6일 대구시 동구의 한 주택에서 혼자 살던 이모씨(54)가 숨진 지 3일이 지나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경산의 한 원룸에서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김모씨(27)가 쓸쓸히 숨을 거뒀다. 김씨 역시 며칠이 지나 발견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유족이 나타나지 않아 무연고 처리된 사망자는 2009년 32명, 2010년 37명, 2011년 34명, 2012년 10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지역에선 무연고 사망자가 2009년 27명, 2010년 19명, 2011년 23명, 2012년 23명에 이른다.




여기다 무연고 사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요양원 등 시설 거주자나 왕래가 없던 유족이 뒤늦게 나타나 장례식만 치러주는 경우까지 합치면 고독사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가 잇따르자,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유품정리업체가 지역에서도 성업 중이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대구ㆍ경북지역의 유품정리업체는 모두 7곳으로, 대부분 최근 1년 내에 생긴 신생 업체다.




한 유품정리업체 대표는 “철거 전문업체를 운영하다 최근 늘어나는 고독사 추세에 맞춰 얼마 전 업태를 확장했다. 한 달에 많을 땐 10건 이상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품정리업체 관계자는 “2010년 이후 20~50대의 청ㆍ장년층 고독사가 부쩍 늘었다. 업계에선 새로운 수요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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