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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부터 ‘재정절벽’… 은퇴 후 일용직 내몰려

협의회 0 2,979 2013.04.26 11:38
작성일자 2013-04-25


서민을 ‘노인 빈곤’의 늪으로 싣고 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은퇴가 본격화하는 50대 중반부터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퇴직자 대부분이 20∼30년 경력을 살릴 만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경제구조 탓이다.


이들은 치킨집·편의점 등 해본 적이 없는 사업에 뛰어들지만 상당수가 수십 년 모은 돈에다 퇴직금까지 까먹고 주저앉는다. 지난해 50대 중·후반 연령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고령을 목전에 두고 불안에 떠는 베이비붐 세대의 어두운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경제활동에 열심이지만 자영업·일용직 등 ‘질’은 나빠지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5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9.7%로 관련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2000년 64.3%에서 꾸준히 오르던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 정체됐다가 2010년 68.3%, 2011년 68.9%로 다시 치솟고 있다.


55∼59세의 고용률은 2000년 62.2%에서 지난해 68.1%를 찍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68%선을 돌파했다. 이 수치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주춤했을 뿐 계속 오름세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고용률,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는 점은 겉보기에 긍정적이다. 은퇴를 시작하는 연령대가 되레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스스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후라고 연금이나 자식에게만 기댈 수 없게 됐다. 기본적 사회보장인 국민연금은 수급 연령이 61세여서 퇴직한 시점부터 받을 때까지 상당한 공백이 있는 데다 금액도 많지 않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문제는 재취업 일자리의 질에 있다. 퇴직자들은 기존 경력과 기술에 맞는 일을 찾기가 어려워 상당수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용직으로 몰려간다.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창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선무당’이 불황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기는 힘든 노릇이다.


지난해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338명 중 159명이 50대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50대 자영업자 수는 2009년 159만5000명에서 2010년 160만8000명, 2011년 169만700명, 지난해 175만6000명 등으로 급증세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급증하면 부도 사례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런 배경 속에 60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순자산은 2006년 2억7056만원에서 지난해 2억6984만원으로 줄었다. 저축액이 879만원 늘었지만 가계대출 등 부채가 984만원으로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황수경 연구위원은 “국가에서 60세 이후에 연금을 주는데 50세 중반부터 회사에서 나가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고령 인력 활용 방법을 준비하면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함께 탄력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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