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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만 있어도 감염? 편견에 신음

협의회 0 3,059 2010.12.01 14:17
매년 전국적으로 700여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이들은 의식주 조차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날을 앞두고 에이즈 감염자들의 실상을 점검하고 대책을 찾아본다.

△기본적인 경제활동도 못해=대전에서 6년째 살고 있는 50대 감염자 김모씨. 그는 17년째 에이즈 환자로 살아가고 있다. 발병 초기 약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김씨는 최근 임상실험에 자발적으로 신청해 신약 테스트를 받았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먹어보지 않은 약이 없을 정도다.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에이즈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그에게도 직장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17년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대부분의 직장은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결국 김씨는 한달에 약 40만원을 받으며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몸이 고되고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은 꿈 같은 얘기다.

특히 김씨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면역력 검사를 하는데 검사때마다 10만원의 비용이 든다. 약값에 대한 지원은 있지만 검사비나 예약비 같은 것은 지원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에이즈 초창기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마치 옆에만 있어도 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사회적인 편견으로 감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감염자들을 더욱 음지로 내몰고 있으며 기본적인 경제활동도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에이즈 감염자는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경제활동을 꼽는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없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면 한 달에 약 38만원의 생활비가 나오지만 월세 내기도 빠듯하고 신분이 노출될 수 있어 대부분 꺼린다.

이 때문에 에이즈 감염자들은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 신분이 노출되지도 않고 몸에 이상이 있으면 자유롭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150여명 중 남성이 90%=대전에 살고 있는 에이즈 감염자는 모두 150여명. 이 가운데 남성은 90%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이들의 관리를 각 구청과 보건소에 위임하고 있다. 보건소는 신규로 발생한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6개월 마다 검진을 통해 감염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감염자는 감염자 스스로 통보를 하게 돼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주소지 이전등록을 하면 전임지역의 보건소에서 통보 해준다.

일부에서는 감염 초기 대부분의 감염자들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종적을 감출 수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이즈 감염자의 특성상 음지로 숨어도 결국엔 보건소나 민간단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구 보건소 전헌수 담당자는 “신분이 노출될 것을 꺼려해 자주 휴대폰 번호를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엔 다시 보건소를 찾게 된다”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불안한 마음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고 경제생활을 할 수 없는 감염자는 약값이 많이 들어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는 약값의 10%를 지원하고 있으며 유흥업소 종사자나 교도소 수감자 등 약 7000여명의 계획검진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 등에 에이즈 예방 홍보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함께 밥 먹어도 감염 안돼=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약값 10% 지원뿐이다. 물론 적지 않은 지원이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감염자들에겐 부족한 상황이다. 생활보호대상자에 등록하면 약값이 전액 무료가 되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신분노출로 인해 이를 꺼려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감염자가 다른 질병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을 경우 지원이 없는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감염자들의 주장이다.

가령 에이즈 감염자가 치과치료를 받을 경우 에이즈와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치료비 지원을 하지 않는다.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책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기관인 보건소 보다 민간단체에 의존하는 감염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곳이 민간단체이다 보니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감염자 이모씨는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면 항상 먼저 찾는 게 민간단체 직원”이라며 “감염자들에겐 사랑방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지원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감염자들은 사회적 편견이 있는 한 자꾸 음지로 숨을 수밖에 없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이 자칫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 있다.

차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전·충남지회 사무국장은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권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힘들다”며 “실제 각종 홍보활동을 위해 거리에 나서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감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이들을 더욱 음지로 내몰고 있다. 가까이에만 가도 에이즈에 옮거나 에이즈에 걸리면 모두 사망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감염자들이 설 곳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10년 가까이 에이즈 감염자를 관리해 온 대전의 한 보건소 직원은 함께 밥을 먹고 이들과 어울려 취미생활을 배우기도 한다. 에이즈에 감염됐어도 건강관리를 잘하고 약만 제대로 먹으면 20년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충대의대 송경목 교수는 “에이즈 감염은 혈액과 혈액이 접촉하거나 성관계를 맺어야 감염이 되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B형 감염과 당뇨 등의 환자처럼 잘 관리를 하면 일반인과 같은 사망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병 자체에 대한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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