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어린이집 계속 다니고 싶으면 돈 가지고 와

협의회 0 3,303 2010.11.09 15:48
진급비 명목으로 운영자금 마련

4살, 5살배기 딸을 둔 맞벌이 주부 최모씨(38·대전 중구)는 얼마전 두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이상한(?)내용이 적힌 가정 통신문을 받았다.

통신문에는 2010년에도 어린이집을 계속 다니기(진급)희망할 경우 진급 신청서와 함께 진급비 3만원을 정해진 날짜(11월 18일)안에 보내달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진급비'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최씨는 곧바로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고, 원장으로부터 "새학기 물품 구입 및 상해 보험 가입을 위해 필요한 돈"이라며 "진급비는 우리집 뿐 아니라 타 어린이집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최씨는 진급비 내역과 금액에 대해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지만 "아이편에 6만원을 보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어야 했다.

집 근처 어린이집이 한 곳밖에 없는데다,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아이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보육료를 제외한 입학금, 현장학습비, 특별 활동비로 나가는 돈이 60만원(두명)이 넘는데, 진급비까지 내라고 하니 화가 난다"며 "시나 교육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내려니 아깝고 진급비를 내야할지 말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2010년도 원아 모집을 앞두고 규정에도 없는 '진급비'를 받아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진급비의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마다 산정 기준과 금액이 제각각이지만, 관할기관은 이같은 사실은 커녕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서 받을 수 있는 보육료 항목은 크게 4가지다.

보육료 (17만-38만원), 입소료(9만원), 현장 학습비(연 14만4000원), 기타 필요경비(월 6만원)로 이같은 항목과 금액은 대전시 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받아 결정, 고시되며 미 준수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지역 보육시설등은 이같은 규정을 무시한 채 임의대로 '진급비' 명목으로 '재원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실제 기자가 대전지역 어린이집(1147곳)을 대상으로 15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 조사한 결과 진급비를 받는 어린이집, 유치원은 9곳에 달했다.

진급비용도 진급비 내역에 따라 1만-5만원으로 천차만별이었으며, 개중에는 재료비 대신 '진급비'를 받는 곳도 있었다.

진급비를 받는 보육시설측은 어린이집 상해보험료를 가입및 원아수첩, 원아 이름표, 원아식판, 공동사용물품 구입비 등을 위해 진급비를 받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학년이 올라가면 상해보험을 다시 가입해야 하고, 필기도구 등이 떨어질때마다 매번 비용을 청구할 수 없어 일괄적으로 청구하는 것이다"며 "진급비용이 천차만별인 것은 원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학모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 4대 규정외 진급비를 받는것도 이해할수 없지만, 진급비 안에 상해보험을 포함시키는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해보험은 이중보장이 안돼 이미 가입을 한 가정은 보육시설 좋은 일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어린이집을 운영했다는 A씨도 "보육시설에서 진급비를 받는것은 원아들이 다른곳으로 옮길까봐 몇 만원이라도 돈을 받는 것"이라며 "요즘 어린이집이 워낙 어렵다보니 이런 술수를 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대도 대전시 및 시 교육청은 "진급비라는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이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시 교육청 관계자는 "보육시설은 수천개에 달하는데 반해 지도, 단속 인력은 몇명에 불과하다보니 일일이 지도, 점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문제가 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 후 행정조치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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