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장애아동들의 호소 "선생님이 무서워, 자꾸 때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 학교에 대놓고 큰 소리 한번 못했습니다. 잘해줄 것은 기대하지 않고 다만 차별만 하지 않았으면 해서 잘 보일까 싶어 남들 꺼리는 교통 봉사니 학부모회 활동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2년 동안이나 그렇게 모질게 대한 것을 알고 나니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수원지역 C 초등학교 도움반(장애 아동 학습반)에서 벌어진 한 특수교사의 가혹행위 및 체벌 문제가 결국 교육청에 민원으로 제기되었다. 특히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서 체벌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체벌을 가한 최아무개 특수교사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차별 받지 않게 하려고, 큰 소리 한번 못 냈는데..."

 

 
 
 
ⓒ 고상만  수원 C초교
 
 

지난 1일 해당학교 도움반 학부모 연명으로 경기교육청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들이 최 교사의 가혹행위 및 지속적 체벌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때는 2009년 4월경이었다.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자꾸 매맞는 자세를 취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이유를 물으니 너무나 뜻밖의 말이 나왔다고.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매를 맞는다"는 것이었다. 놀라 같은 반 다른 아이들에게도 확인해보니 말은 어눌했지만 한결 같았다. 그동안 담임인 최아무개 특수교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맞고, 밀어서 넘어지는 등 가혹행위를 당해 왔다는 것이다.

 

해당 학부모들은 그제야 두 달여 전 들은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당시에는 설마하며 흘려들었던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믿지 않았던 그 말을 전해준 건 도움반의 전 보조교사였다. 2009년 2월, 보조교사가 그날 있었던 일이라고 들려준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도움반에  간식으로 샌드위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4학년 가현(여, 가명)이가 식빵을 먹으려 하지 않자, 최 교사가 아이의 입을 벌려 억지로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자기 의사 표현에 서툰 가현이가 반사적으로 식빵을 바닥에 내뱉자, 최 교사는 그 뱉은 샌드위치를 다시 집어 아이 입에 밀어 넣은 후 강제로 먹였다는 것. 아이는 겁에 질려 바닥에 떨어졌던 식빵을 다 먹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 교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이가 편식이 심해 지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 후 해당 아동의 어머니가 편식 지도를 원하지 않아 그만 두었다"라고 해명했다.

 

문제 일으킨 특수교사, 복직 후에도 체벌 논란

 

 
 
 
ⓒ 고상만  수원C초교
 
 

2009년 4월, 최 교사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그리고 교장과 특수교사에게 항의했다. 의외로 최 교사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아이들을 때리는 등 체벌이나 가혹행위를 하지 않을 테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교장 역시 "이제부터라도 본인이 도움반을 잘 관리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사과와 학교장 재방 방지 약속을 듣고, 그 말을 믿고 최 교사를 용서했다고 한다. 마음으로 용서가 된 것은 아니지만 담임 선생님이고 또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어떤 보복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그쯤에서 끝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체벌과 가혹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기만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소위 2009년 4월 '1차 사건' 이후 휴직에 들어갔던 최 교사가 올해 8월 복귀했는데, 두 달 만인 10월 19일 또 다시 체벌 행위가 벌어진 것. 이번 사건 역시 도움반의 내부 사정을 유일하게 지켜본 현 보조교사의 제보로 이뤄졌다.

 

어느 날 보조교사는 도움반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내가 직접 말하기는 난처하니 반 아이들 중에 그나마 기억력이 좋은 해정(가명)이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시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이들을 통해 확인한 이야기는 매우 놀라웠다고 한다. "지난번 사건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계속해서 때렸다"는 것. 언어전달 능력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도움반 아이들 대부분이 거듭 "최 선생님이 무섭다"고 말했고, 신OO 학생은 최 교사가 다른 친구의 얼굴을 손으로 몇 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 최OO 학생은 "선생님에게 혼이 났을 경우,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칭찬스티커를 안 준다"고도 말했다. 또 서OO 학생에 따르면, 신OO과 김OO이 날마다 혼나고 벌을 받으며 손들고 서 있다가 손을 내리거나 움직이면 나무 몽둥이로 때렸다고 한다.

 

심지어 같은 도움반의 한 어머니가 이 사실을 우연히 알고, 인근 초교 교사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자 "사실은 그 교사가 아이들을 때린다는 얘기를 그전부터 듣고 있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것이다.

 

학부모 방문 유난히 싫어했던 교사, 왜 그런가 했더니

 

제보를 받기 전, 학부모들은 왜 그동안 이 같은 학교 내 체벌이나 가혹행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까. 학부모들에 따르면 최 교사는 유난히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가끔 아이가 두고간 준비물을 가져다 주기 위해 교실을 방문하면 "왜 연락도 없이 왔냐?"며 심하게 짜증을 내는가 하면 "앞으로 학교에 올 때는 반드시 자기한테 꼭 전화한 후 오라"고 했다는 것. 이에 부모들은 소위 '찍힐까봐' 되도록 학교 방문을 자제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학부모들이 밖에서 교실 안을 들여다 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고 한다. 교실 유리에 짙은 선팅을 해 놓았기 때문. 그러다보니 복도에서 교실 안의 상황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학교 관계자를 비롯한 누구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최 교사가 학부모의 방문을 그토록 싫어한 것도, 그리고 유리 선팅을 해 놓은 것 역시 사실은 "교실 안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의도였다"고 분개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교사는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단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한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유리창 선팅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부터 설치되어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학교 측, 사유서만 쓰게 하고 문제 덮는데 급급

 

학부모들이 최 교사의 행태와 더불어 분노하는 이유는 해당 학교장 등 책임자의 무책임한 자세도 한몫 기인하고 있다. 2009년 처음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다시 재차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 미온적인 대처를 넘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는 것이 이들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올해 체벌사건 재발 이후 학부모들은 이 학교 교장 등에게 도움반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정확히 조사해 줄 것과 해결 방안을 찾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연락이 없어 재차 학부모가 연락을 하자 기대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고.

 

학교 측은 "최 교사가 병가를 낸 후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보조교사 역시 말을 하지 않아 더 이상 진상 조사가 어렵다"면서 "해당 교사를 휴직시키고 이후 도움반에 다른 선생님을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니 해당 교사도 많이 반성하고 있으니 다시 교직에 설 수 있도록 용서해 달라"는 것.

 

그러면서 애초 도움반의 학사 일정에 없던 놀이동산을 견학시켜 준다며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 이 사실을 알려준 보조 교사를 동원, "해당 특수교사가 이제 많이 반성하고 변했으니 이 시점에서 조용히 일을 마무리 해달라"며 전화로 사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불신의 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아이들 협박하는 교사, 교단서 퇴출해야"

 

 
 
 
ⓒ 고상만  수원C초교
 
 

한편 이 같이 학부모의 반발이 계속되자 이후 해당 학교 측에서는 최 교사를 상대로 지난 10월 26일 '사유서 및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기자가 입수한 이 문서에 의하면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고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준 부분이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고 체벌을 하지 않겠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시 사직서를 제출 하겠다'는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학부모들은 최 교사의 교단 퇴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 교사의 체벌 및 가혹행위가 처음이 아닌데다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할 의도로 아이들에게 최 교사가 했다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의하면 최 교사는 "집에 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말하지 말아라. 선생님 말을 잘 들으면 학교에서 게임기도 할 수 있게 해주고 그림도 그릴 수 있게 해 주겠다. 하지만 만약 선생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서 있는 벌을 주겠다"며 겁을 주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이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놀라운 점은 또 있었다. 아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최 교사가 유난히 한 아이에 대해서 체벌을 많이 가했다는 것이다. 피해 아동은 어머니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 아이였다.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의사 소통이 잘 안 되는 남자 아이였다고 한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목과 가슴, 손과 다리 등 전신을 가리키며 "많이 맞았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이에 대해 "우리 반 어느 학부모보다 내가 그 아이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자부한다. 아이가 방치되다시피 하여 나름대로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때로 과욕이 생긴 것 같으나 그렇게 체벌한 기억은 없다"며 답변했다.

 

최 교사 "잘못은 인정하지만, 사직은 못 해"

 

고심 끝에 경기 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그가 다시 교단에 서게 될 경우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리고 설령 최 교사가 이 학교 도움반 교사에서 교체된다 할 지라도 그가 가벼운 징계를 받아 여전히 교단에 남게된다면, 단지 장소만 바뀔 뿐 다른 장애 아들, 딸들에게 이 야만적인 가혹행위와 체벌이 재차 가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편, 해당 학교 측은 최 교사 사건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인 10월 26일, 문제를 야기한 해당 교사에게 사유서를 받았으며 현재 사직서 제출을 종용 중이니, 학부모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학교 측의 사직서 종용을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 잘못을 인정하지만 사직서 제출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이 논란은 결국 교육청의 진상 조사 후 처분에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도록 한 자신의 '잘못 아닌 잘못'에 대해, 그리고 그런 부족한 아이를 학교에 보낸 것이 미안해서 큰 소리 한번 못치고 죄인처럼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 그런데 이제 똑같은 교사에 의해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이 반복하도록 만든 학교 현실에 대해 울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라고.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진상규명'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Comments